main contents
함께해요 공연안전 Safety Together
2021 VOL.07
ME
NU

안전한 공연 속으로

안전한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져
더욱 흥이 나는 국악 공연

안심하고 찾는 공연장을 향한 국립부산국악원의 무한도전

공연장 안전에 있어서 항상 솔선수범을 자처해왔다. 서울 국립극장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안전관리관을 선임하며 일찍이 전담 안전 인력 보유에 나선 터다. 또한, 비상시 손 닿는 곳에 생명마스크 배치하는 방법을 개발 ‧ 적용하고, 비상대피용 바닥 조명,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운영해 큰 박수를 받았다. 누구나 안심하고 국립부산국악원을 방문할 수 있는 까닭이다.

Q1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박용규 무대안전관리관님이 몸담은 부산국립국악원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2008년 개원해 올해로 만 13년을 맞이한 부산국립국악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부산 ‧ 경남 지역에선 단연 최고의 시설과 명성을 자랑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악당(대극장)이 686석, 예지당(소극장)은 276석으로, 규모에 비해 객석 수가 많지 않은데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만큼 흥이 나는 국악 특성상 한층 탁월한 몰입감과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연간 100회 이상의 전통 공연을 개최해 왔지만, 아쉽게도 현 시국으로 절반가량 줄었어요. 그러나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 하에 기획 무대를 열심히 준비해서 선보이고 있답니다. 상 ‧ 하반기에 각각 국악연주단, 기악단, 무용단, 성악단 등의 정기 공연이 열리고요. 매주 수 ‧ 토요일엔 상설 공연이 찾아갑니다. 최근엔 백신 접종과 같은 각고의 노력으로 감염병 확산세에 차도가 보이면서 7월 이후엔 대관에 관한 긍정적 논의를 진행 중이에요.

Q2

무대안전관리관이라는 직책이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데요.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무대안전관리관은 한마디로, 공연장 안전 전담 담당자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무대 ‧ 기계 감독 등이 겸임하던 역할인데 지난 2017년 서울 국립극장이 최초로 전임자 1명을 채용했고요. 바로 이듬해인 2018년 10월,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저를 임명했죠. 안전공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11년부터 5년간 공연장안전지원센터에 근무하며 <공연장 안전사고 사례집>을 집필한 이력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다시금 센터에 감사를 전합니다.(웃음) 집필한 이력이 공연장 안전 발전에 고무적인 시도였었다고 생각해요. 지지해준 센터에 다시금 감사를 전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제가 맡은 일은 안전한 공연을 위한 모든 행위와 직결합니다. 공연법에서 정한 대로 이뤄지는 공연자 안전교육을 비롯해 직원 및 신입 직원의 공연안전 교육, 시설 안팎의 정리 정돈, 공연 안전 기획 등을 총괄하죠. 따라서 너른 시각으로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영역까지 다루고자 관련 분야 전시회, 학회 등 각종 대외활동에 참석하거나 다른 공연장 및 경기장 등을 견학하며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답니다.
참고로, 국악은 화염, 불꽃 등의 장치를 흔히 쓰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화재나 폭발과 같은 대형사고의 위험은 덜합니다. 다만 헛디딤이나 낙상, 어둠 속 시야 확보 등에 주의하면서 더욱 광범위한 의미의 안전의식 고취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Q3

이러한 역할을 명시하는 우리나라 공연 안전 제도가 있는지요?

보통 안전관리자라고 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소방법 등 일반 산업군과 관계있다고 생각할 텐데요. 문화예술 산업의 안전을 수호하는 역할이기에 자연히 공연법에 의해 선임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 지역의 공연장에서 관련 업무가 이뤄지고 있으나 주지하다시피 전담 인력이 있는 데는 국립극장과 국립부산국악원, 단 두 곳뿐이에요.
이 법은 지난 2015년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이후 더욱 강화했지만, 역할과 책임, 업무 범위 등은 지속해서 진취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행정이나 현장과 동떨어진 점은 필드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밀착하도록 보완 ‧ 개선해야 하고요. 조직 내에서 객관적으로 안전 중심 운영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또한 제도가 커버해야 할 측면이죠.

Q4

국립부산국악원은 객석 하단 생명마스크(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 설치와 비상대피용 바닥 조명,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등을 선제적으로 시도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좌석 아래 손을 넣고 잡아당기면 꺼내 쓸 수 있는 생명마스크

3년 전, 여기 처음 부임할 당시 고민이 많았어요. 법이나 제도에서 안전관리 전담 인력으로서의 업무 범위를 제시하지 않은 터라 직접 개척해야 할 상황이었거든요. 따라서 초기엔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는데요. 공연장 전반으로 시각을 넓혀보니 위급상황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면 좋은 시설에 대한 아이디어가 속속 떠올랐고, 김경희 원장님과 김소리 장악과장님을 포함한 임직원 일동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어요.

우선 화재 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에서 호흡기를 보호하는 생명마스크는 보통 복도에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외부에 나왔다면 금세 탈출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요. 오히려 안에 있는 관객에게 더 필요하니 객석 하단에 손을 넣고 잡아당기면 바로 열어서 사용할 수 있게 키트를 고안했죠. 먼저 경고문이 등장한 뒤, 일정한 힘을 더 가해야 나오는 방법을 적용해서 분실 우려가 없답니다.

매립형과 외부 노출형 비상대피용 바닥 조명

또, 연기가 날 땐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길이 복잡해서 입구를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비상대피용 바닥 조명을 제안했습니다. 메시지가 적힌 필름을 끼우고 아래를 비춰 방향을 알려주는 방식이에요. 정전 시 1시간 이상 버티는 비상 전력이 있으나 추가로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 전원 장치)를 마련해 최소 15분 이상 켜지도록 대비했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

마지막으로,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원래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000석 이상 대공연장이 의무 설치 대상인데 국립공연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앞장섰지요. 3년 동안 데이터를 보관해야하는 법적기준이 있지만 단순히 모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분석을 통해서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하드웨어적 요소 세 가지는 2020년 첫발을 내디뎌서 올해 시범 운영을 거친 다음, 차차 안정화할 예정입니다. 덧붙여, 분장실의 투척용 소화기와 교육용 모니터 아래 구급상자, 랜턴 등을 비치하여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Q5

특히 좌석 아래 배치한 생명마스크 키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하는 만큼
고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실제로 적용했을 때 사용 방법

연장은 문화예술 중심 공간이기에 미관을 해치는 요소는 그리 달갑지 않지요. 그렇다 보니 소화기 하나 놓을 장소를 탐색하면서 혼자 고심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웃음)
생명마스크를 설치할 땐 두 가지를 염두에 뒀습니다. 우선 평소 누구나 가져가서 사라지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해야 했어요. 정작 비상시 쓸 수 없다면 소용없으니까요. 또, 공연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눈에 띄거나 심지어 흉해 보이는 상황은 지양했습니다. 따라서 객석 밑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하철 등 모든 공공장소의 좌석아래에 생명마스크가 설치되면 안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어요.

실직접 생명마스크를 꺼내 써보는 박용규 무대안전관리관

그런데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해줄 업체가 많지 않았어요. 단순히 상용제품 공급이 아닌 데다 재난 용품 장치 개발로는 당장 수익이 드러나지 않기에 망설였던 거지요. 만약 우리가 도입한다면 다른 곳 또한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설득하니 드디어 한 회사가 나섰는데 바로, ㈜아벡스 테크닉이었습니다. 실제로 제 목표는 국립부산국악원을 위시한 모든 공연장의 안전이기에 뜻이 통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선이 가지 않는 구석에 있어 관객이 모를 수 있으니 안전 영상을 제작해서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돕고 있어요. 대다수가 만일을 대비해 고개 숙여 체크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뿌듯해지는 기분입니다.

Q6

평소 공연자와 지속해서 소통하며 교육, 안전의식 개선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 역시 보강하고 있다고요.

기존 공연장 비상 대응 매뉴얼은 형식에 맞춰 구성하고 있어요. 따라서 실질적인 대상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더욱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조명, 기계장치 등 파트별 직원은 물론, 공연자와 직접 소통을 해보면 제가 놓치고 있거나, 잊고 있던 안전 분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용단은 넘어져서 다치거나 근골격계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또, 성악단은 미세먼지 등에 따라 목소리 컨디션이 달라지곤 하죠. 이러한 점을 발견해 시정하다 보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요. 공연법 안에서 정한 체계를 산업안전과 같이 정밀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Q7

현장의 목소리를 안전 체계에 반영하는 전담 안전관리자가 있으니
자연히 호응이 뒤따르겠어요.

그렇습니다. 전담 안전 인력이 있으니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제가 각 파트별로 요청하는바가 많아서 번거로워질 수 도 있음에도 지금은 ‘안전’도 공연 내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여주시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의 조성을 위해서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이룬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의 과정이 있었죠.
언젠가, 무용단 선생님 한 분이 출근하다가 로비에서 쓰러진 적이 있는데요.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순간 몸이 버티지 못했나 봐요. 비상 상황 대처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119 연락 부탁하고 기본조치한 후 잘 마무리했더니 예술 감독님이 안도하더라고요. 저 또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대응을 교육에 잘 녹여내야겠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어요.
한편 악기를 다루거나 몸을 쓰든 간에 일상에서 반복하는 동작이 있으면 일명 직업병이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원 및 직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했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스포츠마사지 교수님을 초빙해서 이런 직업병의 완화방안 강의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더불어, 신입 단원이 오면 공연장 사고사례를 알려주고 실수하기 쉬운 행동과 조심해야 할 점을 설명하는 신입사원 안전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Q8

앞으로 공연장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인가요?

국립부산국악원에서는 교직원 대상의 직무연수를 시행하고 있어요. 국악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공연 안전까지 습득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하는 프로그램인데요. 공연 안전 커리큘럼을 통해 학교의 축제나 공연수업을 진행 시 고려해야 할 공연자의 안전과, 단체관람 차 공연장에 왔을 때 위기상황 발생 시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새로운 시도나 다름없어서 두 어깨가 무거워요.(웃음) 이러한 수업이 전국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잘해야죠.
또, 3개월마다 한 차례씩 비정기적으로 <청소년 국악 탐방>을 진행하는데, 이전엔 국악공연만 관람하는 것으로 끝이었는데, 학생들과 제가 직접 대면해서 공연장 예절도 소개하고, 위기상황별 대응방법도 간단히 배울수 있는 시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내용을 보강하고 비중을 늘려서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저 안전한 공연을 강조하기보다 미래 공연장 방문자에게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이끌어주고 싶어요.

Special Interview
“공연 안전용품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아벡스 테크닉 / 이종만 대표 ‧ 김광수 연구소장

“안녕하세요, 국립부산국악원과 함께 좌석 아래 생명마스크 키트 부착 방식을 개발한
㈜아벡스 테크닉의 이종만 대표 ‧ 김광수 연구소장입니다.

㈜아벡스 테크닉의 김광수 연구소장(좌)과 이종만 대표(우)

Q1. 기존 상용제품이 아닌, 맞춤형 안전용품 개발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이종만 대표 – 보통 안전용품과 관련해 우리 회사에 요청하는 사항은 완성품 공급이었기에 국립부산국악원과의 협력이 매우 신선했죠.(웃음) 다행히 박용규 무대안전관리관님의 적극적인 아이디어 제안과 협조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순수 개발이기에 현재 약 80%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시범 운영 후엔 더욱 널리 쓰일 거라 자신합니다.

Q2. 이와 같은 사례가 이전에 있었는지요?
김광수 연구소장 - R&D 전문기업으로서 대표님은 20년, 저는 25년 이상의 연구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연장 안전용품으로는 처음입니다. 흥미롭게도 국립부산국악원과 함께 생명마스크 키트를 개발하고 나니 지방 국악원을 비롯한 공공 공연장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Q3. 현재 생명마스크 키트 장착 방식은 특허 출원 중이라고요.
이종만 대표 – 그렇습니다. 올해 초 변리사를 통해 객석 하단 생명마스크 키트 부착 방법에 대한 특허 출원을 준비해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번 잡아당기면 비상 상황 이외엔 쓰지 말라는 경고문이 나오고요. 재차 힘을 줄 때 고정하는 고무줄이 깨끗하게 끊어지면서 생명마스크를 이용할 수 있어요. 분실 우려는 줄이고, 미관을 해치지 않으니 일거양득이지요. 앞으로 공연장 전반에 널리 쓰인다면 열심히 개발한 보람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용규 무대안전관리관(가운데)와 함께

top